sonic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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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 소리


       눈을 떴을 때, 네모난 천장이 흔들리고 있었다. 엉덩이도, 허벅지도 경련이 난 것처럼 미세하게 덜덜거리고 있었다. 침대칸엔 총 네 개의 이층 침대가 있었다. 나의 오른편엔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키 큰 남자가 이어폰을 꽂고 누워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바로 뒤엔 중년 여성이 침대에 걸터앉아 신발 끈을 묶으며 뭐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맞은편 자리에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단발머리 여자애가 멍하니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객실의 위층 침대는 모두 비어 있었다. 시간은 오후 세시를 지나고 있었다.

       식당 칸을 찾아 나섰다. 열차 문을 열고 복도를 걷고 다가오는 문을 열었다. 객실안 사람들은 모두 침통한 표정이거나 어딘지 얼빠진 얼굴들을 하고 있었다. 네 칸 가량 지나쳐 식당 칸에 도착했다. 핫도그와 사과주스를 사서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창밖에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지루한 풍경이 펼쳐졌다. 풀이 높게 자라 있고 하늘이 낮아 보였다. 거기 사람은 없었다. 멈춘 세상의 슬라이드 쇼 같았다. 핫도그는 눅눅했다.

       “여기 앉는다.”
       내 오른편 침대 남자였다. 그는 낡은 녹색 스웨터에 주머니가 많이 달린 바지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며칠 감지 않은 것처럼 단정치 않았다. 마른 체격이었지만 얼굴을 가득 채운 수염 때문에 불곰 같은 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내가 핫도그를 우물거리며 머뭇거리는 사이 그는 덜컥 앞에 앉더니 허연 미소를 지었다. 당황해 급하게 일어서려 하자 그가 자신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다. 나는 사래가 들러 콜록거리다 도로 자리에 앉았다. 그는 괜찮냐며 계속 자기는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고 주절거렸다. 그럴수록 더 이상해 보이는 걸 그는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아니 뭐 내일까지는 같이 타고 갈 테니까, 심심하잖아.”
       “아 네..”
       “디전시로?”
       “...네.”
       “대피소?”
       “일단은 뭐 그래요.”
       “대답이 웃기네.”
       그가 활짝 웃었다.
       “거기 가면 위험할 수도 있어.”
       “???? 네? 뭐가요?”
       “이렇게 갑작스레 사람들을 아무것도 못하게 몰아넣는 게 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아무리 보조금이다 혜택이다 준다 해도 3년을 묶여 있는 게 말이 되냐고. 요즘 세상에.”
       “그럼 아저씨는 왜 거기로 가요?”
       “아저씨?! 야 형이라고 불러. 아저씨는 좀 아니지. 난 조사하러 가는 거야.”
       “뭘 조사하는데요.”
       “거기 사람들을 묶어두면 누구한테 이득인지 일단 살펴보려고. 그럼 다음 질문이 나오지 않겠나 해서. 요샌 이것저것 다 의심스러워서 말이지. 야 통신사 약정도 아니고 뭔 3년ㅇ..”
       “아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건성으로 대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내가 남긴 주스를 잘 마시겠다며 손을 흔들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 사래 들린 뒤라 명치 쪽이 쓰라렸다. 피로감이 몰려왔다. 침대 속에 가라앉는 것 같았다. 눈이 자꾸 감겼다.

       해변의 집. 그건 내 부모의 오랜 꿈이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그 꿈에 대에 귀에 딱지가 나도록 들었다. 내가 7살 되던 해, 내 부모는 온갖 빚을 내어 그 꿈을 이뤘다. 지지도 미치미치 해변에 아주 작은 집. 그게 우리 집이다. 지지도와 수도 시올시는 900km 가량 떨어져 있다. 부모는 시올시에서 나고 자라 일해 온 모든 것을 남겨 두고 꿈을 위해 지지도로 향했다. 미치미치 해변은 야트막한 모래 언덕과 갯바위 그리고 소나무들이 그 뒤를 감싸고 있는 아주 작은 해변이다. 그 곳에서 1킬로미터쯤 걸어가면 해치해치 해변이라는 아주 유명한 해수욕장이 있다. 해치해치 해변에는 호텔과 리조트, 음식점, 상가들이 즐비했고 모래사장도 드넓었다. 거기엔 늘 관광객과 외국인들로 부글거렸다. 하지만 미치미치는 해변이라 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폭이 좁은 백사장, 불규칙하게 박혀있는 화산암들로 인해 휴양지 보다는 해변계의 맹지랄까, 어쩐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었다. 미치미치는 사람들이 찾고 싶은 매력이란 딱히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다만 좁은 백사장과 꺼끌꺼끌한 갯바위들을 제치고라도 수심은 깊은 편이라 동네 사람들이 종종 찾아와 수영을 하고 가는 그저 그런, 아는 사람만 찾는 곳이었다. 그마저도 동네 주민들이 도시로 이동하고 있어 해가 갈수록 찾는 이는 없었다. 거기 딱 하나 있는 집, 그게 바로 우리 집이다.

       나는 늘 섬을 떠나고 싶었다. 물이 무서웠다. 8살 때 물놀이를 하다 해파리에 쏘이고 난 뒤로 점점 더 물에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집에서 그 바다를 바라보는 것은 좋았다. 일렁이는 물결은 끝없이 바라보아도 어느 점이 시작인지 끝인지 알 수 없고, 바라보다보면 결국 시작이 뭐고 끝은 뭔지 떠오른 질문일랑 아무 상관없게 느껴지는 것이 묘하게 기분 좋았기 때문이다. 바다 물결을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나는 그것보다 내가 가보지 못한 것들에 더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17살이 되던 해 나는 결국 어떡해서든 부모를 설득해 시올 근처 위성도시 안천에 있는 남고기숙학교에 입학했다.

       지지도에 비하면 도시에는 늘 많은 것들이 부글거리고 있었다. 처음 입학하고 나서는 두려워서 외출은 생각도 못했다. 점차 안천 근방을 두리번거리다 하교 후 기숙사 입소 시간까지 남는 서너 시간을 바깥에서 보냈다. 용돈을 아껴 전철을 타고 안천에서 시올로 가보았다. 여러 역에 내려 주변을 살펴보았다. 다들 바쁘게 고갤 숙이고 모바일 통신기기와 소통 하며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시위하는 사람들, 거리에 울려 퍼지는 상가의 소음. 그 속에 있으면 꼭 물속에 있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재밌어 좋았지만 점차 어딘가에서 해파리가 들이닥쳐 내 종아리를 물 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더욱 더 주변을 두리번거리게 되었다. 외출이 점점 줄었다.

       방학이 되면 지지도로 내려갔다. 부모의 얼굴은 나를 오랜만에 보아 반가운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딘지 조금 피로해 보였다. 아빠는 화산암 채석장에서, 엄마는 시내에 있는 마트에서 일 했다. 집에 돌아올 때마다 뭔가 조금씩 바뀐 듯 보였다. 바다와 집의 거리가 조금씩 가깝게 느껴졌다. 내 몸이 커가는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엄마, 아빠의 얼굴은 조금씩 여윈 것 같았다. 어떤 죄책감 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는 것 같았다. 나이가 들어가는 거겠지. 일이 힘든 건가. 막연히 질문을 하고 싶어도 당최 무엇을 물어야 할지 알 수 없어 나는 미묘한 그 변화들에 대해 모른 체 했다. 방학 동안은 종일 갯바위에 앉아 물결을 바라보거나 해변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이따금씩 낮은 저음이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일어나 둘러보아도 배는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불길했지만 물결은 고요했고, 빛났고, 가까워 보였다. 무언가 바뀐 거 같은 인상은 있지만, 크게 변한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개학을 앞두고 안천으로 떠나는 일요일 아침, 공항에서 엄마, 아빠는 나를 한 번씩 포옹 했다. 그래, 아무 일도 없어. 원래 이랬어.
       그리고 그게 내가 본 부모의 마지막이었다.


지지도와 핸국 곳곳의 해변 인근 도시에 침수 현상이 갑자기 일어나, 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했습니다. 김광현 기자가 소식 전합니다.


       뉴스 영상은 물에 잠긴 지지도 해변가 동네를 비췄다. 처참했다. 엄마, 아빠에게 서둘러 전화를 걸었다. 두 시간 만에 겨우 연결이 되었다. 엄마는 일을 다녀온 사이 집이 잠겼다고 했다. 정부에서 마련한 침수 피해자 대피소로 이동할 거라고 했다. 시올시와 지지도 사이에 있는 내륙지역인 디전시 산 속에 있는 곳이라고 했다. 다만, 이상한 것은 3년간 그곳에 머물고 외부와의 접촉을 하지 않는 것이 입소 조건이며, 3년간 생활 보조금, 세금 감면 혜택과 퇴소시 새출발 지원금이 있다고 했다. 그들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우리에겐 친척도 없고, 더 이상 빚을 낼 길도 없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는 전화를 바꿔가며 괜찮을 거라고, 별 일 없을 거라고 했다. 그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는 괜찮을 거라는 그 말을 들으며 고갤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꿈은 물에 갇혔다.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가 왔다. 대피소가 산 속이라 통신이 잘 안되어 편지 밖에 연락할 길이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망연자실했던 그들도 조금씩 생기와 희망을 찾아가는 것 같았다. 나도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전염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가족 면회도 되지 않는다는 건 이해가지 않았다. 이건 감옥보다 더 가혹하다. 집을 잃은 사람들을 3년간 누구도 못 만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는 건지, 점차 의문이 쌓이기 시작했다.

       해변 인근의 침수 현상은 갑작스레, 삽시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가 그 감옥보다 가혹한 대피소로 이동하고 두 달 뒤 지지도는 지도에서 사라졌다. 한 순간에, 여기저기가 삼켜지고 있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그냥 삼켜졌다.

       안천시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안천도 바다에 인접한 시였기에 조금씩 동네가 침수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숙학교도 비상이었다. 개학한지 세 달도 안 되어 학교는 학생들에게 본가로 돌아가라 했다. 나는 갈 집이 없어 담임에게 어디로 가야하는지 물었다. 담임은 집이 침수된 학생의 경우, 시올시 근처 패주시나 내륙 지역인 디전시의 대피소 중 한 곳을 선택 해 이동하라며 공문을 보여주었다. 나는 바로 디전시로 향하는 기차표를 예매했다.

       “야. 야. 괜찮냐? 야.”
       누군가 어깨를 격렬히 흔드는 통에 눈을 떴다. 그 형이었다.
       “몇 시간째 끙끙 앓길래.”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상한 꿈이었고, 온몸이 몸살처럼 쑤셨다. 어두운 바다 속에 가라앉고 있었고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괜찮아요. 가위 눌린 거 같아요”
       그는 엄지를 치켜 들으며 웃었다. 귀에는 여전히 이어폰이 꽂혀 있었다.
       “근데 너는 학생이라 집에 가도 되지 않나? 왜 대피소로 가려고 해?”
       “집이 잠겨서 부모님이 대피소로 가셨어요. 갈 데가 거기밖에 없어요.”
       “아. 나랑 비슷하네. 나도 집이 사라졌어. 월세지만.”
       집이 사라진 사람치고는 밝은 미소가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근데 형은 어떻게 조사할 거예요?”
       “대피소 근처에서 모이기로 했어. 나처럼 의문을 가진 친구들 말이지. 같이 움직일 거야. 뭐가 됐든 파고들어 봐야지. 아. 맞다. 난 탐정이야.”
       그가 부끄럽다는 듯 윙크를 했다. 아무리 훑어 봐도 그가 탐정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가 입을 삐죽였다.
       “탐정이라고 꼭 코트를 입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봐, 난.”
       “네에.”
       열차에 타고 처음 헛웃음이 나왔다.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는 자기가 품은 의문에 대해 주절주절 읊기 시작했다. 뭔가 천처언히 바뀌어서 못 알아챈 것들이 있을 거라는 둥, 갑작스런 이런 변화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둥 이야기는 두서없이 열차 칸을 점차 시끄럽게 메워갔다. 뒷 침대에서 중년 여자가 잠 좀 자자하며 소리를 빽 질렀다. 단발머리 여자애가 아줌마도 조용하라며 작은 목소리로 말끝을 흐렸다. 나는 그 형과 눈을 마주치고 쿡쿡 웃었다. 중년 여자가 나가! 라고 소리쳤다. 너네만 있냐. 이 어린 것들이. 어쩌구 저쩌구. 그 사이 형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고갯짓을 했다. 식당 칸으로 향했다. 그곳은 비어있었다. 낮에 앉았던 창가엔 달빛이 맺혀 있었다.

       “이거.. 한번... 보실래요?” 나는 목소리를 낮췄다.
       “뭔데? 나 탐정이니까 뭐든 말해봐. 글고 여기 우리만 있어.”
       나는 머뭇거리며 부모가 보내온 마지막 편지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별 내용이 없고 잘 지낸다는 말들이 주를 이뤘다. 마지막 부분에 ‘사랑을 담아,’ 라는 인사 밑에 눌러쓴 자욱이 있어 연필로 칠해보니 ‘절대 오지마’라는 글씨가 드러나 있었다. 엄마랑 아빠는 내가 어릴 적부터 이렇게 비밀 메시지를 남기는 버릇이 있었다. 주로 ‘마트 다녀올게.’, ‘푸딩은 하나만 먹어라.’ 아니면 ‘숙제 하고 티비 봐라.’ 같은 것들이라 그닥 비밀스런 내용도 아녔지만 엄마, 아빠는 그 메모 놀이를 몹시 재밌어하고 또 뿌듯해 했다. 하지만 ‘절대 오지마’는 누가 봐도 비밀스럽게 전해야만 하는 말이 분명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신호였다. 더벅머리 불곰 형은 ‘절대 오지마’와 나를 번갈아 보았다. 달빛에 그의 눈빛이 차분히 빛났다.

       다음 날 아침 열차는 디전역에 도착했다. 개찰구를 빠져나와 불곰 형과 역 근처 카페에서도넛과 음료를 시켜 먹었다. 따뜻한 음료에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근데 형은 뭘 계속 들어요?”
       “아 이거?”
       그가 이어폰을 넘겼다.
       “바닷물 속에서 녹음한 것들이야. 뭔가 이상한 목소리 같은 게 들어 있어.”






























  으워으워우우웅 으워우우우웅

                  으워으워우우웅 으워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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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워으워우우웅 으워우우우웅





























먹먹한 물소리 속에 헤엄치는 것이 있었다.

그건 뭔가 앓는 소리 같았다.
















       이어폰을 다시 건네받은 형이 손을 내밀었다.
       “난 김탐정이야. 넌?”
       “어, 어. 전 오소리요.”
       이름만 탐정인지, 이름도 탐정인 탐정인진 모르겠지만 일단 그가 건넨 악수를 받았다.
       “오소리? 큭 엄청 천적 없을 거 같다. 그 이름. 핫”
       그가, 여지껏 본 중 가장 크고 우스꽝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를 따라 나섰다. 아주 조금씩 이상하다 느낀 것들, 지나치고 모른 체한 모든 것들에 의문이 들었다. 디전시도 삼켜지면 어디로 가야 할까. 모든 것이 수수께끼지만, 아무런 시도도 없이 바로 대피소에 갇혀버리면 곧장 해파리 떼에 둘러싸일 거라는 막연한 공포가 덮쳐 왔다. 어린 시절 늘 보아온, 그 잔잔하고 빛나던 물결이 넘쳐흐르는데 이유가 있다면, 마주하고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엄마, 아빠의 꿈이었던 해변의 집. 볼품없던 미치미치 해변. 파리하고 피로한 표정들. 그늘진 죄책감. 이상한 저음. ‘절대 오지마’, 삼켜지는 이유. 가둬지는 이유. 그 모든 것들. 아직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도 감이 없지만 눈을 질끈 감고라도 다시 물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것도 알아 낼 수 없다 해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더라도, 아주 조금은 물어봐야 한다고.

       역에서 대피소까지는 시내버스로 50분은 더 가야 한다. 디전은 안천이나 시올보다는 한산 했다. 사람들은 고갤 숙인 채 어딘가로 걷고 있었다. 풍경은 여전히 아무 일 없다는 듯 고요했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라는 예감이 자꾸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