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nic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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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는데 장사 없다


       침대가 흔들리고 있었다. 춘식은 거기엔 익숙했다. 4년간 살아온 집. 2년마다 오른 집세에 밀리고 밀려나다 4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게 되었다. 집은 고가도로 바로 앞에 있었다. 창문을 열면 엄청난 찻소리들이 왱알 거린다. 처음 이사 온 날 그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집 안은 쾌적한 편이었으나 맴도는 소리가 너무 많았다. 그는 바로 여러 종류의 귀마개를 인터넷으로 구매했다. 귀마개를 끼고 집에서 살았다. 물론 이중창이라 문을 닫으면 소리는 감쇄되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이 남아 있었다. 집이 흔들리는 거였다. 고가도로는 그렇다 치고 그 건너편에는 기찻길도 있었다.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집이, 침대가 흔들렸다. 엉덩이와 등이 허벅지가 미묘하게 떨렸다. 그가 친구네 집에서 사용해 본 저주파 마사지기의 미세한 떨림과 닮았다. 어쨌든 4년을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창밖의 소음도 가끔은 편하게 들릴 때가 왕왕 생겼다. 귀마개를 빼고 지내는 날도 조금씩 늘어났다. 하지만 잠을 청할 때만큼은 꼭 귀마개를 끼고 누웠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침대에서 잠이 깰 때마다 춘식은 침대칸 기차에 타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때때로 기분 나쁘지 않은 기상이라 여겼다.


       그날은 달랐다. 평소처럼 같은 시간 지나가는 기차의 진동으로 침대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데 어딘가에서 아이쿠우우우야! 하는 크고 두터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춘식은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 목소리는 너무 컸다. 사람의 생 목소리라기엔 말도 안 될 정도로 컸다. 무언가 증폭된 것 같았다. 그가 살고 있는 2층 건물에 그렇게 큰 목소리를 낼 사람은 없었다. 주변에 있는 건물은 상가들뿐이었고 죄다 1층에 자리하고 있었다. 게다가 오직 춘식만이 그 건물 2층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잠에서 덜 깼지만 자신이 이상한 상황에 처했다는 것만은 확신했다.


       어쨌든 일어난 춘식은 집 앞 커피숍에서 커피를 홀짝이며 정신을 차리고, 산책을 했다. 천변을 걸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구경했다. 또 물가에 노니는 오리들과 왜가리, 백로 같은 새들을 가끔 멈춰 서서 바라보기도 하였다. 춘식은 또 아이쿠우우우야! 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런데 그 소리를 자신만 듣는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달았다. 천변을 산책하던 여러 사람들, 운동기구에서 다리를 쩍쩍 벌리던 동네 주민들이 순간 깜짝 놀라 멈춰선 것이다. 한 시간 가량 하려던 산책을 일찌감치 접고 춘식은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티비를 켰다. 티비에는 속보가 넘쳐흘렀다. 전세계적으로 알 수 없는 중저음의 굉음이 들리는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춘식은 들었다. 그건, 아이쿠우우우야! 였다. 분명.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도 여러 생생한 증언들이 가득했다.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정체 불명, 의미 불명의 중저음’이었다. 누구도 아이쿠우우우야!를 들었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춘식은 어리둥절했다. 같은 순간 같은 것을 들었는데 어째서 자신에게만 의성어로 들린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 의미도 알 수 없었다. 의성어로 그 소리를 표현한 기록을 겨우 찾아냈지만, ‘그르르르릉’이나 ‘고오오오오“였다. 하지만 그건 아이쿠우우우야!의 사람 발성 보다는 고양이가 골골거리는 소리 묘사에 더 가까워 보였다.


       소리는 점점 더 잦아졌다. 춘식은 이제 귀마개를 밖에서도 간혹 사용하기 시작했다. 몇몇 노이즈 캔슬링이 되는 이어폰의 판매량이 다시 솟구치기 시작했다. 여러 웹 커뮤니티에서 이 소리의 정체에 대한 토론으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각 방송국은 연일 이 소리에 대한 중계를 적어도 두 번씩은 내보냈다.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경고라며 환경 운동가들은 더욱 거세게 시위를 했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권에 뭐라도 보탬이 되기를 바라며 소리의 의미를 입맛에 맞게 해석하기 바빴다. 가이아교니 지구의 목소리교니 하는 신흥 종교들이 생겨났다. 핸국 뿐만이 아니었다. 갑자기 등장한 이 이상한 소리에 모두의 관심이 쏠리고 있었다. 전세계가 정신없이 달아올라, 거의 불탈 지경이었다.


       이제 춘식의 귀에 아이쿠우우우야! 말고도 허거덩. 끄응차. 같은 목소리도 들려왔다. 그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그 자리에서 눈을 꼬옥 감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힘내라 힘!


       흔들리는 침대에서 허이구끄응과 나란히 일어난 아침, 춘식은 커피를 마시고 산책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새벽 내리 퍼붓던 비는 어느새 개어 있었다. 물새들과 주민들을 관찰하고 명랑한 발걸음으로 산책에서 돌아온 춘식은, 집 건물 앞에 서서 그 무엇도 할 수 없었다. 집이 무너져 있었다. 늘 흔들리던 그의 침대와 짐 가지들이 와르르 엉망진창 뒤섞여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춘식이 건물의 잔해를 오래간 바라보다 고개를 들자 거기 쌍무지개가 높게 떠 있었다. 그때, 그는 호에에에에엥힝하는 소리를 들었다.